새벽 3시즘인가? 너무 덥다는 생각에 일어나 보니 사우나에 들어온 것 처럼 실내가 엄청 더웠다.
뭔가 싶어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밟으니 시골 구들장 처럼 펄펄 끓고 있었다.
'앗 뜨거!'
창문을 열고 환기하며 잠을 청하려는데 실온에 보관중인 계란과 멸균 우유 생각에 그나마 선선한 화장실로 옮겨 놓는다.
그렇게 다시 잠을 자다 6시 10분 경 일어나 혈압과 체중을 측정하던 중 갑자기 화재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올게 온건가?!'
보일러에 이상이 있음을 직감했는데 이게 화재로 이어졌나 생각하며 객실을 나오니 다른 투숙객들도 하나 둘 얼굴을 비춘다.
결국 숙소 사장에게 전화를 하여 1층 화재 분전반을 찾아 경보는 끌 수 있었다. 요란한 화재 경보 속에서도 문 한번 열지 않는 객실도 보인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명학역 인근의 한 스테이 하우스이다. 총 4층으로 전 층이 스테이로 구성되어 있다. 월 비용은 꽤 비싸지만 혼자 지내기에는 쾌적하다.
기존 모텔로 운영하던 곳이고 이를 올해 스테이 하우스로 리모델링하여 대부분의 시설은 기존 모텔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모텔 생활을 3개월 넘게 했던 나로선 아주 익숙한 구조이다.
객실 입출입은 카드키로 하고 객실에 들어가 카드키를 꼽아야 실내 전원이 들어온다. 호텔이나 시설에 신경 쓴 모텔에가면 이런 객실관리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때 밖에 설치된 컨트롤러에 객실 내 카드키가 꼽혀 있으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이미지]
지급 받은 카드가 한 장이라 자칫 안에 꼽아놓고 나오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난 공 카드를 구입하여 카드 복사를 여러장 하여 사용하고 있고, 지급받은 카드는 항상 꼽고 다닌다.
이로 인해 객실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경보가 발생한 상황에서 층별로 돌아보며 투숙객 현황을 알수 있었다.
일단,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불이 난 것 같지 않아 출근으로 인해 경보기만 끄고 내 방으로 돌아와 대충 씻고 출근 준비를 한다.
출근 전 쉐이크와 소시지, 삶은 달걀을 챙겨야 되는데, 아침 부터 난리를 부리는 터에 쉐이크 통을 찾지 못했다. 결국 소시지와 오메가3 멀티비타민만 달랑 챙겨 브롬이를 끌고 회사로 출발한다.
오전 7시 26분,
편의점에 들려 단백질 쉐이크를 하나 구입한다.
이런걸 구입할 때 유심하게 보는 항목이 있다.
바로 당류다. 설탕 덩어리 음료는 들어가자마자 몸이 바로 알아챈다.
경험에 의하면 지금처럼 다이어트 중에 과당 음료를 섭취하면 바로 몸이 반응하고 체중감량이 중단 된다. (내 몸의 경우)
결국 오늘 아침은 단백질 쉐이크 1개, 닭가슴살 소시지 1개와 영양제 1알로 아침을 해결했다.
몸무게는 88.73kg이나 세부 내용이 이상하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어제 대비 200g 증감되었다. 이는 종전과 같은 계단식 감량으로 생각된다. 약 2~3일 간은 100~200g 오르다가 이후 1kg 씩 감량된다.
어제만 해도 체지방률이 21.9%였는데 오늘은 28.2%가 되었다. 골격근량도 39.58kg였는데 오늘은 36.20kg이다.
아무래도 이건 체중계 측정 오류로 보여진다.
몸무게 측정은 정확하니 그러려니 하고 한번만 측정했다.
뭐 내가 어제 폭식에 음주라도 했다면 반성하고 각성하겠지만 어제도 FM 식단으로 일괄했기에 종전 패턴과 같은 계단식 감량임이 느껴진다.
심지어 어제도 운동을 미루지 않았고 활동량 또한 상당했다.
혈압은 정상 범위 내이다.
실내 온다가 상당히 더워 잠을 설친 탓에 기상후 혈압이 살짝 높은 감이 있다.
오후 12시 30분,
평온하다. 지랄선생들이 자리를 비우니 심신이 평온하다.
아무튼, 오늘 점심도 참치 김밥이다.
11조각 중 9 조각.
뭐 이제 일반식을 먹고자 하면 죄 짓는 기분이랄까.
그냥 이런 식생활이 이젠 익숙하다.
한달 전만해도 오후만 되더라도 오늘 저녁엔 돈까스를 먹을까, 족발을 먹을까, 치킨을 먹을까 고민했었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지금 숙소 인근에 삼종세트 가게가 한 군데 몰려있는 걸 얼만전 보았다.
전 같으면 쾌제를 불렀을 거다.
아버지 걱정에 퇴근 무렵 전화를 드렸다. 나가지도 못하시는 것 같다.
결국 쿠팡으로 우유와 죽, 마실거리 등을 주문한다. 내일 새벽이면 문 앞으로 배달해주니 오늘 따라 쿠팡이 고맙기도 하다.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내가 상황이 여의치 못하니 여러모로 심란할 뿐이다. 안 좋은 일들은 다 한데 모여 오는 것 같다.
오후 7시,
약간 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아침 화재 경보에 대한 주인장 사과문이 엘리베이터에 붙었다. 이미 문자로 상황을 전달 받았기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유는 얼마전 부터 가동한 보일러의 온도 조절을 잘못하여 밤새 고온이 지속되었고, 그로 인해 가열 된 객실에서 열감지기가 반응하여 화재경보가 울렸다고 한다. 정말이지 아침에 나도 무슨 정신으로 사장에게 전화하여 화재 분전반까지 찾아 들어가 경보기를 껐나 모르겠다. 남들이 봤으면 내가 주인장인 줄 알았을 게다.
어제 12,000원이나 주고 구입한 고등어를 저녁 상에 올렸다.
하~ 이거 비린내가 아주 쩔어도 이리 심오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생선구이집에서만 고등어나 갈치, 이면수 등을 먹어와서 그런지 갓구운 향만을 기억하던 나로선 그냥 역겹다는 생각에 식욕이 떨어진다.
그래도, 전자레인지에 2분간 돌리니 그나마 먹을만 하다. 이번 한 번은 사 먹었지만 두 번은 안 사 먹으련다. 치우는 것도 아주 일이었다.
어제 손질된 양파와 양배추가 배송되어 저녁 식사부터 올려 먹고 있다. 내가 양배추를 통째로 사와 씻구고 자르고 소분하고 ...
분명 야채가게에서 사가지고와 손질해 먹는 것보단 두 배 비싼 건 사실인데 못먹고 내버리는 일이 있으니 이게 더 경제적이다.
오트밀밥에 오늘은 치아씨드를 잠깐 빼보았다. 자기 전 치아씨드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확인 해보기 위함이다.
그렇게 늦으막히 저녁을 먹고 설겆이도 해주고는 공원으로 나간다. 역시 줄넘기가 메인이다. 마음 같아선 헬스클럽 끊고 쇠질을 해주고는 싶지만 내가 이 숙소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기에 과감히 6개월이니 12개월이니 끊을수가 없다. 그렇다고 1개월, 3개월? 월로 끊으나 연으로 끊으나 엇비슷한(?) 금액은 차마 지갑을 열지 못한다.
오늘도 운동을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술을 안 먹어도 당기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마운자로를 떠나 투여 후 조금이라도 마셔왔다면 아마 퇴근 후에는 맥주와 먹태가 항상 테이블 위에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지금 뿌리 뽑아야 한다는 굳은 의지는 애사비를 먹게만들고 그윽한 녹차를 한잔 마시는 것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랜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가 마무리 된다.